거대한 파국이 스쳐 지나간 뒤의 가까운 미래, N은 아이와 함께 국경을 넘으려는 한 여성을 마지못해 돕는다. 짐 속에 그녀와 아이를 숨겨두고 병사들 몰래 철도를 달리는 N은 자신도, 다른 이들도 지켜낼 수 없는 절대적인 위기를 직면해야 한다. 은 파국 이후의 삶을 철저한 비극으로 그려낸다. 어떤 인간성도, 삶의 조건도 사라져버린 척박한 환경 속에서 더욱 가시화 되는 것은 소수자들에게 드리워진 폭력성이다. 감독은 그 속에서 여성들, 소수자들의 연대를 통해서 잔인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. 물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기란 절대 쉽지 않다. 흑백화면에 펼쳐지는 극단적인 설정들을 통해 소수자들의 고통을 더욱 극대화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.